선물함
뒤로가기버튼 몰락한 학사 가문의 무신이 되었다

서(序).

2022.11.01 조회 23,182 추천 669


 서(序).
 
 나는 내 부모가 싫었다.
 애초에 부모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은 사람들이었다.
 
 얻어터져 피투성이가 된 채로 맞이한, 기억의 시작점에서 마주했던 그들의 모습은 이미 고통 밖에 주지 않는 괴물들이었으니 말이다.
 
 내겐 제대로 된 이름도 없었다.
 그저 그들이 부르기 편한 대로 야, 너, 이 새끼, 저 새끼, 또는 개새끼가 되었으니 말이다.
 
 생각해보면 우스운 이야기다.
 내가 개새끼면, 본인들은 개가 되는 것 아닌가? 하하.
 
 어쨌든 남들보다 유달리 빨리, 어려서부터 머리가 깨인 내게 있어 그 시절은 너무나 괴로운 나날들이었다.
 
 조금만 시선을 돌려도 보이는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 너무나 부럽고, 질투 났다.
 그들과 조금도 닮지 못한 내 삶이 너무나 외롭고, 고독했다.
 
 때문에 차라리 부모가 없기를 바랐다.
 
 상대와 비교할 부모조차 없었다면, 적어도 지금보단 덜 괴로웠을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였을 것이다.
 
 부모가 알려주지 않아 내 나이도 모르고 자랐지만, 머리 끝자락이 아직 어른의 허리춤에도 오지 않는 어린 나이에 처음 보는 험상궂은 남자에게 팔려갈 때에도 나는 울지 않았다.
 
 남자가 쥐어준 돈을 한 손에 들고 활짝 웃는 부모를 보며, 오히려 함께 웃어주었다.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다.
 바라던 대로 부모가 없어졌으니까,
 
 물론 버려진 아이인 내게 있어 그 뒤의 삶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나를 산 남자에게 끌려가 흑룡귀동(黑龍鬼洞)이라는 어두운 곳에 내던져져, 괴상한 약을 매일 같이 먹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과 몸이 망가지거나, 죽을 만큼의 지독한 경쟁을 펼쳐야만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게 더 나았다.
 
 왜냐고?
 
 적어도 그곳에서는 나만 외롭지 않았으니까.
 
 모두가 평등했다.
 
 다들 버려진 아이였고, 누구도 사랑 받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높은 성과를 보이면 이런 나라고 한들 흑룡귀동의 교관들에게 칭찬을 받을 수도 있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누구에게도 받아보지 못했던 칭찬의 맛은 너무나 달았다.
 
 마치 옆집에 살던, 매일 같이 부모에게 칭얼대던 또래 아이가 실수로 바닥에 떨어트려 버리고 간 달콤한 당과를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너무나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비단 살아남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엄청나게 노력했다.
 
 독기를 품고 그들이 알려주는 무공을 족족히 익혀냈다.
 
 되돌아보면, 노력도 있었겠지만 그만큼이나 내가 가진 무공 재능이 뛰어난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흑룡귀동이 단순히 나 같이 외로운 아이를 돌봐주기 위한 기관이 아니란 점이었다.
 
 어느 날부터, 흑룡귀동의 교관들은 우리에게 서로를 믿지 말라 말하였으며, 최후의 단 한 명만이 살아나갈 수 있단 사실을 매일 같이 일러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교관들이 모두 사라졌다.
 
 대신하여 귀동의 벽면 한 편에는 일인(一人) 이라는 글자만이 남았다.
 
 탈출구 하나 없는 동굴에는 고요함이 찾아왔다.
 
 모두가 알 수 있었다.
 
 글자는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지시였다.
 
 그걸 깨달은 순간 내 주변으로 검과 창, 도와 암기 등 병장기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자리에 모인 모두가 내가 무공이 가장 강하다는 것을 알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교관들의 감시 탓에 서로 말은 많이 섞지 못했지만 오래토록 함께 이곳에서 버텨온 만큼 은은하게 생겨나고 있던 동료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게 중에는 나에게 언젠가 이곳에서 나가면 친구가 되자고 조심스레 말했던 이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내 가장 가까이에서 검을 휘둘렀기에, 제일 빨리 죽었다.
 
 그렇게 나는 많은 경쟁자들을 죽이고, 홀로 살아남아 흑룡귀동을 나가게 될 수 있었다.
 
 소속되게 된 곳은 무림삼세(武林三勢)중 한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사파 제일의 세력, 흑룡성.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중에서도 흑룡귀동과 비슷한 다른 귀동들에서 살아 나온 젊은 무인 일곱을 이끄는 소수정예 귀살대주, 일호가 내 직책이자 이름이었다.
 
 그리고 우리 귀살대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15년 전, 무림맹주에게 첫째 아들을 잃은 흑룡성주의 복수.
 
 즉, 무림맹주의 암살이었다.
 
 그런 일을 하는데 왜 우리를 몰래 키워야 했을까?
 
 내 머릿속에는 이런 의문도 들었지만 그저 암기에 불과한 나에게 자세한 흑룡성의 정치적 상황과, 외부 배경을 알려줄 이는 누구도 없었다.
 
 때문에 흑룡귀동에 들어가게 된 이후에 든 습관처럼,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결국 나와 부하들이 중요하게 인지해야 할 사정은 짧고 간단했다.
 
 어찌 됐든 흑룡성주는 자식을 잃고 분노하였다.
 그러니 우리가 그를 대신해, 무림맹주를 죽여야 한다.
 
 하하···. 목표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내심에서 쓴웃음이 흘러 나와 버렸다.
 
 세상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못 됐다, 사악하다 손가락질 하는 흑룡성주가 내 부모보다 나아 보인 탓에 나온 기묘한 감정이 마음을 뒤흔든 탓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또한 귀살대주인 내게 있어서는 불필요한 감정이다.
 
 교육을 통해 획득한 습관을 따른다면 이런 불필요한 마음을 떨쳐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임무만 생각한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흑룡성주의 명령에 따라 복수를 달성하기 위해 부하들을 이끌고 무림맹주 암살작전을 준비했다.
 
 그리고 결행일이 된, 고요한 밤.
 
 흑룡성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맹주성 내부 침투까지는 성공적으로 진행 되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믿고 있던 어느 순간이었다.
 
 무림맹 내부에 갑작스레 커다란 호각 소리가 들려왔고···.
 
 이후의 일은 세세히 늘어놓을 만큼의 기억이 없었다.
 
 다만 정말 미친 듯이 싸웠다.
 
 뒤를 따라왔던 수하들이 어떻게 됐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 목표는 무림맹주의 목숨.
 자식을 잃은, 흑룡성주 아니, 아비의 복수!
 
 그 덕일 터였다.
 흑룡성주가 갈고 닦은, 내 집념 서린 검은 결국 무림맹주의 심장마저 꿰뚫었다.
 
 심지어 나는 그 이후 탈출까지 해낼 수 있었다.
 
 외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소란이 벌어진 덕이었지만, 분명한 쾌거였다.
 
 흑룡성주가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자식의 복수를 내 손으로 해주었다.
 
 앞으로의 내 미래가 어떤 모습일까?
 
 잘은 몰라도 지금까지완 확연히 다를 것이다.
 외롭지도, 괴롭지도 않을 수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아니, 분명 그렇게 될 거···.
 
 푸욱-!
 
 생각이 끝을 맺기도 전, 어둠 속에서 조용히 다가와 은밀히 내뻗어진 손날이 내 왼쪽 가슴을 너무나 쉽게 뚫고 지나간다.
 
 눈앞에는 처음 보는 얼굴을 한 중년남성이 서 있다.
 
 그가 말했다.
 
 “귀살대주, 일호라고 했나? 솔직히 많이 놀랐다. 단지 무림맹 놈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목적으로 키웠는데··· 진짜로 상대의 심장을 꿰뚫는 칼이 될 줄이야.”
 
 담담히 이어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사내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죽은 큰 아들을 추모하기 위해 벌인 축제 자리에서 일이 너무 커졌어. 네가 살아남는다면 우리도 곤란한 일이 많아지겠지. 그래서 네가 죽는 거다.”
 
 죽은 아들을 위한 추모.
 지금 이 자리에서 나를 향해 그런 말을 할 사람이야 뻔하지 않은가?
 
 흑룡성주, 사도지존 염신후!
 아들의 복수를 위해 우리를 키운 본인이, 무림맹 본단이 자리한 이 곳 낙양까지 직접 왔다.
 
 “끄륵···!”
 
 그를 보고 놀란 감정을 느낀 내 입에서는, 그저 피 끓는 소리만이 흘러나올 뿐이다.
 
 “안타깝구나. 네가 귀동 출신의 귀살대원만 아니었다면··· 나를 이어 사도지존 아니, 그 재능이 꽃을 피웠다면 언젠가 무림지존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 정말로 안타까워. 쯧쯧.”
 
 고개를 내저으며, 연이어 혀를 찬 그가 천천히 내 심장에서부터 손을 뽑아든다.
 
 자연스레 힘 하나 들어가지 않는 몸은 바닥에 그대로 엎어졌다.
 
 쿵-!
 
 몸이 바닥에 닿았지만 고통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시야가, 캄캄하다.
 
 “억울하겠지만 일호, 그냥 이게 네게 허락 된 이번 삶의 끝이라고 생각해라. 지옥에서 마주친다면 사과하도록 하마. 아, 마지막으로, 아들의 복수를 대신해줘서 고맙다.”
 
 말이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지고 그의 기척 또한 사라져간다.
 
 혼자가 되어간다.
 
 또한 싸늘한 공기와 맞닿은 내 육체가 차갑게 식어가는 것이 선명히 느껴진다.
 
 아아··· 슬프다.
 
 결국 이렇게 죽게 되는 구나.
 
 솔직히 말해 배신 당해 죽는 것은 억울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외면하고 싶어 했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부모에게 버림받았으며, 개처럼 굴려졌고, 동료들을 죽이면서까지 이 자리에 왔다.
 
 제대로 배운 것 하나 없지만 그런 내 삶의 최후가 곱고 예쁠 리가 없다는 것쯤은, 본능적으로도 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분명 이렇게 되지 않길 바란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는 내게도 행복이 오기를.
 
 조금은 외로움과 이 지독한 고독이 덜어지는 시간이 찾아오기를.
 
 기적 같은 행운을, 꽤 바랐었다.
 
 그런데··· 삶의 시작점부터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던 내게 그런 기쁨은 허락되지 않았다.
 
 괴롭다.
 
 악하게 살았으니, 악한 자에게 이용만 당하다 죽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 말할 수 있지만 적어도 숨이 다하는 순간에서는, 쓸쓸하단 감정만은 느끼고 싶지 않았는데···.
 
 죽어가는 이 순간조차··· 난 여전히 주변에 아무도 없는 혼자다.
 
 너무나 외롭고, 너무 추워.
 
 이렇게 죽는 게, 너무 싫어.
 아주 조금이라도, 따뜻함을 알고 싶었어.
 사람이 나누는 정이란 걸 느껴보고 싶었다고.
 
 가슴에서부터 시작 된 서글픈 감정이 왈칵 차올라 눈물로 변해 쏟아져 내린다.
 
 그 마지막 순간, 신이 내 바람을 들어주기라도 한 걸까?
 
 마냥 서늘하게만 느껴지던 몸에 온기가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존재 자체가 사라질 것 같던 온 몸의 기운이 갑자기 거짓말처럼 되살아난다.
 
 이게 죽기 전 찾아온다는 회광반조 같은 건가?
 
 당황 속에서 의문을 느낄 때, 이해할 수 없을 만큼의, 내 육체 전체를 감싸 안는 거대한 손길이 느껴졌다.
 
 심지어 그 손길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놀라울 만큼 따뜻하다.
 
 그 기분 좋은 감각에, 정신이 화들짝 깨어난다.
 
 동시에 눈앞에서는 불빛이 번뜩이며, 캄캄해졌던 시야에 빛이 돌아왔다.
 
 그런 내 눈동자에 비친 것은 놀랍게도 캄캄하고 딱딱하며, 차갑기만 한 한 땅바닥이 아니었다.
 
 나를 높이 들어 올린 채 활짝 웃고 있는 낯선 남자의 얼굴이다.
 
 뭐야,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점점 더 깊은 혼란에 빠지는 내게, 눈앞의 남자가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이름은 영이현, 영이현이다! 멋진 내 아들 영이현···! 으하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던 내 삶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새 기회가 찾아 온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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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3)

마아카로니    
첫 화는 기대이상
2022.11.05 01:04
크리노아    
잘 보고 갑니다.
2022.11.05 11:31
astiful516    
잘 보고 갑니다.
2022.11.07 08:44
제주펩시맨    
대작의 냄새가 난다.
2022.11.10 10:19
단난자야    
글은 참 좋은데 주인공 이름은 좀 별로네요.
2022.11.12 01:15
학교    
좋아요.
2022.11.12 09:45
jsb7272    
내용이 허술하고 중딩들이나 보는수준이네
2022.11.13 17:16
아라리아    
저렇게 쉽게 당한다고 옆에 와서 찌르는데 모르고 있었다고 무림 맹주를 죽일정도의 무공이 있는데도 뭔가요 이런 내용은???
2022.11.13 23:49
메스태니가    
얘는 좀 회빙한 할만하네요 되는대로 살다 다시 살아 나 완존 짱 쎄 이러는거보면 에휴싶던데
2022.11.14 14:00
물물방울    
그렇게해서 회귀트럭도 없이 마구마구 환생을 하는군요. 그리고 연재시작을 축하합니다. 시작은 미미해도 끝은 창대하리라.
2022.11.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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